남아선호 사상은 옛말, 이제는 딸 선호

자녀를 바라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남녀 성비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동의
성비가 104.7명(여아 100명당 남아수)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990년에는 116.5명이었응 정도로 남아선호 현상이 강했으나 2007년 이후 정상 성비(103~107명)를 유지하고 있다. 남아선호의 지표인 셋째 아이 성비는 90년 189.9명으로 남아가 거의 두 배에 달했으나 지난해 105.4명으로 떨어졌다. 셋째 아이도 2014년 이후 정상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남아선호 사상이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요즈음 이런 말이 오간다. 딸 둘은 금메달, 딸•아들은 은메달, 아들 둘은 ‘목메달’이라고 한다. 아들은 귀엽고 든든하지만, 딸보다 힘이 세고 활동적이다 보니 키우기 힘들어서 딸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일부 지역에서 둘째•셋째아의 경우 3,4년부터 남아선호를 넘어 여아를 더 낳는 ‘딸 바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30년 전만 하도 딸 둘을 둔 부모가 셋째만큼은 아들을 낳았으나 요새는 반대가 됐다.
2021년 인천광역시의 셋째아 성비는 89.9명이다. 부산•광주•대전•충북은 90명대로 여아가 더 많았다. 2020년에는 울산•대구가, 2019년엔 광주•충북•전남•경북•경남•제주가 그랬다.
심지어 둘째 아이도 여아가 많이 태어난 지역이 나온다.
2019년에는 대전•제주에서, 2020,2021 년에는 강원•세종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네 살배기 아들을 둔 A 씨는 지난달 딸을 출산했다. A 씨는 “둘 짜가 아들이면 어쩌지라고 조마조마했는데 임신 중 초음파 검사에서 딸인 걸 확인하고 안도했다”며 “어릴 때 ‘남동생이 먼저 태어났으면 너는 안 타어났을것’이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는데 , 그때와 세상이 달라졌다”라고 말한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 겸 정책학과 교수)은 “딸 선호 현상이 번지면서 아들 낳은 걸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며 “아들 한 두 명이 있는 부모가 딸을 낳으려고 하고, 딸이 있는 부모는 더 낳지 않으려는 현상이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첫째 아이는 성별을 구분하지 않지만 딸이 태어나면 더 좋아한다.
서울의 H(35)씨는 지난해 딸을 낳았는데, 임신 16주쯤 딸인 것을 확인하고 환호했다고 한다.
또 난임부부가 많아 첫애는 성별을 구분하지 않지만 그래도 딸이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대구•경북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1990년 셋째아 이상 출생성비가 193.7명일 때 대구는 392.2명, 경북은 294.4명이었다. 그게 2021년 각각 107.2명, 111.3명으로 떨어졌다. 김후남 다구 달서구 상록수요양원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에 조상을 모셔야 한 거나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 요새는 기성세대나 젊은 세대 모두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한다”라고 말했다.
여아선호의 이유는 두 가지다. 이삼식 회장은 “자녀세대가 부모보다 못 사는 시대가 오면서 아들에게 부양을 바라는 부모가 사라지고 있다”며 “부양은 사회보장재도에 맡기고, 자녀와 교감하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런 면에서는 아들보다 딸이 낫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분석한다. 경제적 가치에서 정서적 가치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병 수발에도 딸이 낫다고 판단한다. 수명은 증가하지만 건강하게 홀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건강수명을 평균수명보다 13.39년(보건복지부 자료) 짧아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 김후남 원장은 “요양원 입소 어르신(130명)을 면회 오는 자녀의 80%가 딸”이라면서 “딸은 부모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오거나 생필품을 가져와서 면회시간(30분)을 다 채우고 살갑게 스킨십을 하다 가지만, 아들은 10분 만에 간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의 재가 센터가 200명의 독거노인을 돌보는데, 연락이 닿는 자녀는 딸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댜학원 교수는 “장남이 부모를 부양하는 전통이 사라지는 데다 아플 때 아들보다 딸이 더 잘 덜 보기 때문에 딸 선호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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