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의 일상 맛집/다양한 상식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by 왔다 우부인 2023. 4. 10.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프란츠 슈베르트가 작곡한 많은 실내악곡 가운데서도 불멸의 위치에 있는 것이 바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 821이다. 원래의 제목은 ‘아르페지오네와 클라이버를 위한 소나타’인데, 아르페지오란 악기의 이름이다.

쉽게 말해서 기타와 비슷한 몸통을 가졌고 첼로처럼 다리 사이에 안고 활로 켜는 악기이다. 현은 여섯 개로 당시 비올라와 첼로의 중간쯤 되는 비올라 다 감바라는 악기와 유사하다. 당시의 악기제작자 슈타우퍼가 고안한 것이지만 당대에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짧은 수명을 가졌던 악기를 위해, 위대한 작곡가가 최고의 명곡을 남겼으니 그가 슈베르트다. 이 한 곡으로 악기의 이름은 영원히 남게 된 것이다.

현대에 이 곡은 주로 첼로로 연주되며, 첼로와 피아노를 위헌 소나타 취급을 받는다. 어쩌면 <아르페지오네>는 현대의 첼리스트들에게 가장 매력적이며 중요한 레퍼토리의 하나일 것이다.

이 곡을 쓸 때 슈베르트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었고, 슬픔이 친구처럼 항상 함께 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의 슈베르트가 쓴 일기 중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다시는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 눈을 뜨면, 전날의 슬픔이 다시 밀려옵니다. 이렇게 기쁨도 따뜻함도 없이 나의 하루하루가 지나갑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와 벤자민 브리튼의 피아노로 연주된 유명한 음반 <데카>는 그 재킷 표지조차 참으로 우울하다. 거의 바랜 듯한 희뿌연 색조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한 대의 첼로와 피아노는 어떤 오케스트라보다도 더 호소력 있게 슬픔을 드러내고, 때로는 눈물을 삼키고, 때로는 통곡을 한다.

로스트로포비치의 터프한 첼로의 활사위는 마치 노련한 검객이 휘두르는 한을 품은 비검을 휘두르는 같다. 폐부까지 진하게 전해지는 슈베르트의 슬픔이 전해진다.

눈물로 범벅이 된 슈베르트는 피아노조차 없는 자기 방의 작은 책상에 앉아 머리에 떠오른 선율을 오선지에 그려 넣었다. 그러고는 차가운 침대 속으로 지친 몸을 쑤셔 넣는다. 이 시절의 슈베르트의 슬픔이 전해지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가 슬픔을 더해준다.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로스트로포비치
#벤자민 브리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