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라이제(Winterreise)
더위가 몰려온다. 시원한 날씨가 벌써 그리워지기에 그
어떤 곡보다도 슈베르트다우며, 겨울의 이미지를 시리도록 가슴속까지 잘 표현하고 있는 겨울나그네.. 원제인 빈터라이제를 직역하면 <겨울여행>이라고 한다는데 겨울 여행을 떠나 볼까?
<겨울 나그네>의 주인공보다 더 비탄에 잠긴 사나이가 있을까? 이처럼 자신의 고통을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데가 없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남자가 있을까?
그는 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이며 처절하게 절규한다.
그리고 그의 배경은 눈과 바람뿐이다. 이것이 <겨울 나그네>이다.
<겨울 나그네>는 프란츠 슈베르트가 자신이 직접 구성한 것으로는 마지막 가곡집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는
<백조의 노래>가 있지만, 이것은 후세의 출판업자가 미발표곡들을 한데 묶어서 출판한 것이니, <겨울 나그네>와는 의미가 다르다.
슈베르트가 생애를 마감하던 즈음인 1827년에 쓴 <겨울 나그네>는 4년 전에 작곡했던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처럼 일정한 줄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에서 독일 시인 뮐러의 원시의 순서를 약간 바꾸었다. 이 곡은 주인공의 여정이 시간적 순서에 의해 배열되지 않고 24개의 삽화처럼 구성되어 있으므로, 순서의 재배치가 원작의 의미를 크게 손상하지는 않는다.
때와 장소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아마 우리는 슈베르트의 시대에 슈베르트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이를 상상하면 될 것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방랑의 길을 가고 있는 주인공은 실연의 좌절로 참담한 지경에 빠져있다. 그는 24곡이 진행되는 동안 여행을 계속하면서 황량한 세상을 구경한다. 아니 그에게만 세상이 황량한 것일 수도 있다. 거기에는 풍향계도 있고 나무도 있고 무덤도 있고 거리의 악사도 있다.
그러나 그가 늘 보는 것은 슬프고 구원받을 길 없는 자신의 모습이다. 그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자아와 마주한다.
그의 뇌리에 스치는 것은 죽음이다. 그는 이름도 없고 직업도 없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이런 익명성이야말로 이 곡을 감상하는 누구의 가슴에서나 주인공의 슬픔이 자신의 것인 양 느끼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나그네가 되고 슈베르트가 되고 뮐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겨울 나그네>가 최고의 연가곡으로서 보편적인 예술성을 확보한 비결이었다. 그래서 슬픈 사람, 실연한 사람, 고통스러운 사람, 희망이 없는 사람,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은 모두 겨울 나그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슈베르트는 다가올 죽음을 얘감한 듯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고, <겨울 나그네>를 완성한 이듬해에 가난과 병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추운 들판을 헤매는 청년의 마음은 죽을 것만 같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어느덧 까마귀, 숙소, 환상, 도깨비불, 백발과 같은 죽음에 대한 상념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을 어귀에서 라이어를 돌리고 있는 늙은 악사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는 장면에서 이 아기가 끝을 맺는다. 이 독백과도 같은 노래는 다음과 같은 24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안녕히 주무세요(Gute Nacht)
2. 바람개비(풍향기, Die wetterfahne)
3. 얼어붙은 눈물 (Gefror’ne Tranen)
4. 얼어붙음 (Erstarrung)
5. 보리수(Der Lindenbaum)
6. 홍수(Wasserflut)
7. 냇물 위에서 (Auf dem flusse)
8. 회고 (Ruckblick)
9. 도깨비불 (Irrlicht)
10. 휴식 (Rast)
11. 봄날의 꿈 (Fruhlingstraum)
12. 고독 (Einsamkeit)
13. 우편마차 (Die Post)
14. 백발 (Der greise Kopf)
15. 까마귀 (Die Krahe)
16. 마지막 희망 (Letzte Hoffnung)
17. 마을에서 (Im Dorfe)
18. 폭풍의 아침 (Der sturmische Morgen)
19. 환상 (Tauschung)
20. 푯말 (Der wegweiser)
21. 숙소 (Das Wirthaus)
22. 용기 (Mut!)
23. 환영의 태양 (Die Nebensonnen)
24. 거리의 악사 (Der Leiermann)
#슈베르트 #가곡의 왕 #겨울 나그네 #뮐러
#연가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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